백만 엔이 모이면 떠나는 그녀
스즈코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레스토랑 서버로 일하고 있다.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직장에 취직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에 생활비를 보태며 지낸다.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친구 리코의 의견으로 집을 알아본다. 월세를 함께 내며 저렴하게 집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그녀의 남자친구도 함께 동거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뒤통수를 맞는다. 같이 살기로 한 커플이 헤어지게 된 것이다. 혼자 월세를 감당할 수 없으니 일단 동거하자는 낯선 남자의 말에 거절하지 못한다. 스즈코는 비가 내리는 날 새끼 고양이를 주워온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는 고양이를 다시 길에 버렸다고 한다. 스즈코는 화를 참지 못한다. 복수를 위해 남자의 짐을 고양이처럼 전부 내다 버린다. 남자의 짐 속에 백만 엔이 있어 스즈코는 경찰에 잡혀 간다. 형사고소를 당하게 된다. 스즈코는 벌금을 낸다. 20대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전과자가 된 것이다. 집에 돌아온 스즈코는 가족들에게 외면받는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남동생은 누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다. 왜 돌아왔냐고. 범죄자 누나를 누고 어떻게 생활하냐고. 동네 사람들도 스즈코를 뒤고 험담을 한다. 백만 엔을 모아서 집에서 나온다는 스즈코의 계획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자신을 전혀 모르는 동네에서 잠깐 머문다. 스즈코가 방문한 새로운 곳에서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에게 빙수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묵묵히 통장에 돈을 모으면 그만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도 마음을 열며 자리잡지 않는다. 그저 백만 엔을 모을 뿐이다. 바다에서 일하던 스즈코는 백만 엔을 모으고 산으로 떠나게 된다. 동네에 하나 있는 카페에서 스즈코는 일자리를 묻는다. 우연한 기회에 숙식 제공까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는다. 복숭아 농장에 머물게 된다. 빙수 만드는 일처럼 스즈코는 야무지게 일을 잘한다. 마을의 이장은 막무가내로 스즈코에게 복숭아 아가씨가 되어 달라고 한다. 스즈코는 또다시 이전의 상황처럼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그러자 사람들의 태도는 돌변하여 불같이 화를 낸다. 스즈코는 상처받고 마을을 떠난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어느 도시이다. 이때 스즈코는 나카지마를 만난다. 상냥하고 스즈코와 말이 잘 통한다. 스즈코는 나카지마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은 백만 엔을 모으면 떠난다고 말한다. 나카지마는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나카지마는 스즈코에게 돈을 빌리며 데이트 비용도 전부 내게 한다. 떠나는 스즈코를 잡기 위해 나카지마는 뛰어간다. 도넛을 들고 있는 스즈코는 나카지마를 외면하며 떠난다. 둘은 딱 그 정도의 사랑이었다. 달려갈 만큼은 되지만, 힘껏 손을 뻗어 붙잡을 정도는 아니다. 스즈코가 도넛을 사러 가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이어졌을까. 계단에 있는 나카지마를 발견했다면 붙잡혔을까. 영화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영원한 도망은 없다.
우리는 모두 남에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존재한다. 스즈코처럼 전과자와 같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허물과 과거를 싫어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 현재나 미래 외의 일들은 모두 과거되어 버린다. 이러한 낙인과 과거의 허물이 싫었던 스즈코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백만 엔이 모이면 계속해서 떠나며 생활한다. 도피의 매력과 자유로움에서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희열이 있다. 고향에서는 무시받고 일도 못했던 스즈코가 가는 곳에서는 환영받고 일도 잘한다. 도피라고 생각했던 장소에서 자아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는 떠나고 싶은 우리가 마음속으로만 실천했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영원한 도망은 없기에 도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백만엔걸 스즈코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의 영화이다. 백만 엔이 모이면 떠나는 스즈코의 이야기가 현실을 그대로 담은 것도 아니다. 비현실적이면서 아름다운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아오이 유우가 열연하여 몰입감을 한층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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